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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죽여본 적 있냐?" 로이가 물었다.
"어떤 거 말야?" 콜린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거나, 뭐든 죽여본 적 있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너는 뭔가 틀림없이 죽여봤을 거야, 곤충은 안 죽여봤냐?"
"그야 죽여봤지. 모기나 개미, 파리 같은 건 죽여봤어. 그게 어때서?"
"기분이 좋았니?"
"너는 곤충을 죽이는게 좋아?"
"가끔씩은"
"왜?"
"그것은 진짜 죽여주는 일이니까, 곤충보다 큰 걸 죽여본 적 있냐?"
"뭐라고?"
딘 쿤츠의 '어둠의 소리'는 14살 소년, 로이와 콜린의 위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어둠의 소리'는 이혼한 부모 밑에서, 허약체질과 비사교성으로 끊임없이 주변 친구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하는 속칭 '왕따' 콜린 쟈콥스가,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자, 부모들로부터의 호감을 한몸에 받고 있는 속칭 '착한 일진' 로이 보든과 가까와지는... 피로 맺어진 형제관계를 맺어가고, 그 과정에 벌어지는 참혹한 성장기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심한 비약과 반전으로 구성된 작품들, 그리고 영화 한편을 보는 듯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들... 아직까지 많은 작품들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쿤츠의 종잡을 수 없는 취향으로 책읽기의 실망스러움과 낯선 기쁨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어둠의 소리'는 완벽하게 후자쪽에 해당하는 듯 보인다.
물론, 일련의 급박한 사건들 위주로 글이 전개되고는 있지만... 읽다보면 '콜린'이란 14살 소년에게로의 감정이입이 세밀하게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의 성숙한 갈등, 본인만의 사적 공간에 들어앉아 공포물, 괴기물 그리고 낯선 상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외로운 마음 상태, 로이와의 관계맺기를 위해 애쓸 수 밖에 없는 상황들... 친구의 낯선 요구,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강권에 따라가면서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급작스럽게 성장해버린 듯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 그러나 결국 14살... 친구가 그립고, 어른들의 잔혹스러움이 소름끼치는... 아직 14살이기에 가능한 극적인 화해 그리고 이해...
콜린의 친구맺기과정에의 자연스러운 빠져듬으로, '어둠의 소리'는 재미라는 부분에서의 만족감뿐만 아니라 14살 소년의 세밀한 내면읽기라는 면에서의 경박하지 않은 글읽기의 만족스러움까지 얻을 수 있었다. 역자도 그리 기술하긴 했지만, 마지막 콜린의 절규와 깨달음속에선... 이런 류의 소설에서 느끼기 힘든 감동스러움이 설핏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론이란게 궁금하고, 그 귀결의 과정을 되짚고 싶어서가 아니라, 14살 소년의 울부짖음이, 그 몇 마디가 얼마나 절절했는지... 읽고, 읽고 또 읽게 된다.
콜린은 긴 언덕을 걸어서 주유소의 공중전화로 향하면서 더 이상 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언제나 밤 속에 있다고 생각했던 그 낮고 음산한 중얼거림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사악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소리는 없었다. 콜린은 몇 걸음 더 걸은 다음, 밤의 소리가 이제는 자신의 내부에 있고, 사실 그것은 언제나 그의 내부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하루 스물네 시간 계속되는 사악한 속삭임은 모든 사람의 내부에 있었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무시하고 내쫓고 듣기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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